본문 바로가기

사용기

[Daiso] 프린터용 리필 잉크로 다이소 만년필 잉크 리필하기 2

728x90
728x90

다이소 만년필을 산 이후, 생각보다 너무 잘 쓰고 있습니다.

호기심에 프린터용 리필 잉크에 만년필용 자바 잉크 검정을 섞어서 만년필에 사용해 보기(https://manodeoro.tistory.com/17)도 했고, 그것도 다 잘 썼습니다. 만년필에 어떤 문제도 없었어요. 다만, 다 쓴 후엔, 다시 만들기가 귀찮아서 잉크 제작은 안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잉크양이 엄청 많아 보였고, 써도 써도 안 줄어들겠다 싶었지만, 매일 만년필을 즐겨 쓰다 보니 어느새 2/3 가량을 썼습니다. 확실히, 쓰고 채우는 재미가 있다 보니 잘 쓰는 거 같아요! 이제 슬슬 다른 만년필 잉크를 살 때가 되었죠. 그래서 윈저 뉴튼이란 작은 잉크를 하나 더 사봤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사용하고 있는 자바 잉크와 문제의 윈저뉴튼 잉크

윈저 뉴튼이란 이 잉크 때문에 만년필 못쓰는 줄 알았어요. 만년필에 써도 된다길래 샀는데 쓰다 보니까 잘 안 나오더라고요. 프린터 리필 잉크를 썼을 때는 좀 흐르듯이 나와서 문제였지 막히는 문제는 없었는데, 이 윈저 뉴튼은 글을 쓰다가 보니 찐득한 느낌이 들면서 끊기는 현상이 나타나더라고요.

아... 이거 사놓고 못쓰겠는데... 싶었지만! 돈 주고 산 걸 그냥 버릴 순 없죠. 끈적여서 쓸 수 없다면, 만년필 잉크를 섞어서 묽게 만들면 되겠다 싶어서 1/3 남아있는 검정 자바 잉크에 망설임 없이 윈저 뉴튼 바이올렛 색을 몽땅 부어줬습니다. 시험 삼아 써보기도 했는데, 잘 나왔어요. 찐득한 느낌도 없어졌고요. 이건 이대로 쓰면 됩니다.

그리고 이제, 저에게 빈 병이 생겼습니다!

만년필 잉크 따로 사기보다 프린터 리필 잉크로 제가 원하는 색을 하나 가득 만들어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또! 바로 시작했습니다.

 

프린터 리필 잉크 노란색을 1/3 채워준 잉크 병 (약 3ml)

라텍스 장갑과 프린터 리필 잉크를 꺼내고 빈 병에 주사기로 노란색 리필 잉크를 1/3쯤 채워줬습니다. 대략 3ml 정도 넣어준 거 같아요. 그리고 거기에 파란색을 섞어줄 겁니다. 녹색 빛이 도는 파란색을 만들고 싶거든요. 초록보단 약간 파란색에 가까운 그런 색이요.

 

파란색을 넣어 연두색으로 바뀐 잉크 

파란색을 넣으니 맑은 연두색이 되었습니다. 지금 연두색도 예쁘지만, 전 약간의 녹색빛이 도는 파란색을 만들고 싶습니다. 얼마나 더 넣어줘야 제가 원하는 색이 나올지 몰라서 조금씩 계속 파란색을 추가해 줬어요. 너무 파랗게 되면 안 되니까 조금씩 넣어줬는데...

 

진한 초록색이 된 잉크

병이 가득 차 버렸습니다. 아직 제가 원하는 색은 나오지 않았는데.... 이미 병이 가득 차 버려서 더는 넣을 수가 없네요. 초록색으로 쓰다가 좀 줄어들면 파란색을 더 섞어주기로 하고! 여기서 만년필 컨버터에 새로 만든 잉크를 채워 넣어줬습니다.

첨가제를 더 넣어준 것 없이, 오직 프린터 리필 잉크만으로 한 병을 만들었습니다. 흐르듯이 나오는 느낌이라 펜이 멈추면 순식간에 잉크가 종이 위에 퍼집니다. 하지만 뚝뚝 떨어지거나 뭐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쓸 때 잉크가 많이 나오고 잉크 선의 번짐이 빠를 뿐, 나쁘진 않아요. 써보니까 색도 마음에 듭니다! 쓰다가 너무 흐른다 싶으면 글리세린을 더 넣어주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대로도 괜찮아서 그대로 두려고요.

이제 이걸 써봐야죠. 시험 삼아 이 잉크로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프린터 리필 잉크로 만든 초록색 잉크로 그린 그림

확실히 프린터 리필 잉크라 종이에 빠르게 흐르면서 퍼지는 느낌이 듭니다. 윈저 뉴튼은 만년필에 쓰기엔 꾸덕한 느낌이 들어서 문제였는데 이건 반대네요. 하지만 못 쓰겠다는 정도는 아닙니다. 일단, 잘 나오잖아요!

좀 많이 나온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그림을 빠르게 그리면서 휙휙 움직일 때는 이렇게 흐르듯이 나오는 게 사용감이 더 좋다고 느껴집니다. 선이 끊기지가 않으니까요. 하지만 두어 번 선을 겹쳐 쓰면 종이가 못 버티겠는데요? 지금 저 그림은 스케치북에 그린 건데... 여러 번 선이 겹쳐졌던 부분의 종이가 일어났거든요. 찢어지거나 한 건 아니지만, 보통의 종이라면 이미 뚫렸을 거 같습니다.

프린터 리필 잉크를 만년필에 넣어 쓰면 만년필 망가진다, 굳어서 못쓴다는 소릴 저도 보고 들어서, 망가지는 걸 감수하고 직접 해봤는데, 망가지지 않았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다이소 만년필 계속 잘 쓰고 있어요.

안 쓰고 오래 두면 굳는 건 어느 잉크나 마찬가지인 거 같고요. 저처럼 매일 만년필을 쓰시는 분들은 잉크가 떨어졌을 때 프린터 잉크를 쓰셔도 될 거 같습니다.

물론, 흐르는 느낌이나 퍼지는 느낌이 강해서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지만, 그런 거 상관없이 '잘 나오기만 하면 만족!', '만년필 망가져도 괜찮으니까 한 번 해볼래!' 하시는 분들에겐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