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만년필을 산 이후, 생각보다 너무 잘 쓰고 있습니다.
호기심에 프린터용 리필 잉크에 만년필용 자바 잉크 검정을 섞어서 만년필에 사용해 보기(https://manodeoro.tistory.com/17)도 했고, 그것도 다 잘 썼습니다. 만년필에 어떤 문제도 없었어요. 다만, 다 쓴 후엔, 다시 만들기가 귀찮아서 잉크 제작은 안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잉크양이 엄청 많아 보였고, 써도 써도 안 줄어들겠다 싶었지만, 매일 만년필을 즐겨 쓰다 보니 어느새 2/3 가량을 썼습니다. 확실히, 쓰고 채우는 재미가 있다 보니 잘 쓰는 거 같아요! 이제 슬슬 다른 만년필 잉크를 살 때가 되었죠. 그래서 윈저 뉴튼이란 작은 잉크를 하나 더 사봤습니다.
그.런.데...
윈저 뉴튼이란 이 잉크 때문에 만년필 못쓰는 줄 알았어요. 만년필에 써도 된다길래 샀는데 쓰다 보니까 잘 안 나오더라고요. 프린터 리필 잉크를 썼을 때는 좀 흐르듯이 나와서 문제였지 막히는 문제는 없었는데, 이 윈저 뉴튼은 글을 쓰다가 보니 찐득한 느낌이 들면서 끊기는 현상이 나타나더라고요.
아... 이거 사놓고 못쓰겠는데... 싶었지만! 돈 주고 산 걸 그냥 버릴 순 없죠. 끈적여서 쓸 수 없다면, 만년필 잉크를 섞어서 묽게 만들면 되겠다 싶어서 1/3 남아있는 검정 자바 잉크에 망설임 없이 윈저 뉴튼 바이올렛 색을 몽땅 부어줬습니다. 시험 삼아 써보기도 했는데, 잘 나왔어요. 찐득한 느낌도 없어졌고요. 이건 이대로 쓰면 됩니다.
그리고 이제, 저에게 빈 병이 생겼습니다!
만년필 잉크 따로 사기보다 프린터 리필 잉크로 제가 원하는 색을 하나 가득 만들어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또! 바로 시작했습니다.
라텍스 장갑과 프린터 리필 잉크를 꺼내고 빈 병에 주사기로 노란색 리필 잉크를 1/3쯤 채워줬습니다. 대략 3ml 정도 넣어준 거 같아요. 그리고 거기에 파란색을 섞어줄 겁니다. 녹색 빛이 도는 파란색을 만들고 싶거든요. 초록보단 약간 파란색에 가까운 그런 색이요.
파란색을 넣으니 맑은 연두색이 되었습니다. 지금 연두색도 예쁘지만, 전 약간의 녹색빛이 도는 파란색을 만들고 싶습니다. 얼마나 더 넣어줘야 제가 원하는 색이 나올지 몰라서 조금씩 계속 파란색을 추가해 줬어요. 너무 파랗게 되면 안 되니까 조금씩 넣어줬는데...
병이 가득 차 버렸습니다. 아직 제가 원하는 색은 나오지 않았는데.... 이미 병이 가득 차 버려서 더는 넣을 수가 없네요. 초록색으로 쓰다가 좀 줄어들면 파란색을 더 섞어주기로 하고! 여기서 만년필 컨버터에 새로 만든 잉크를 채워 넣어줬습니다.
첨가제를 더 넣어준 것 없이, 오직 프린터 리필 잉크만으로 한 병을 만들었습니다. 흐르듯이 나오는 느낌이라 펜이 멈추면 순식간에 잉크가 종이 위에 퍼집니다. 하지만 뚝뚝 떨어지거나 뭐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쓸 때 잉크가 많이 나오고 잉크 선의 번짐이 빠를 뿐, 나쁘진 않아요. 써보니까 색도 마음에 듭니다! 쓰다가 너무 흐른다 싶으면 글리세린을 더 넣어주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대로도 괜찮아서 그대로 두려고요.
이제 이걸 써봐야죠. 시험 삼아 이 잉크로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확실히 프린터 리필 잉크라 종이에 빠르게 흐르면서 퍼지는 느낌이 듭니다. 윈저 뉴튼은 만년필에 쓰기엔 꾸덕한 느낌이 들어서 문제였는데 이건 반대네요. 하지만 못 쓰겠다는 정도는 아닙니다. 일단, 잘 나오잖아요!
좀 많이 나온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그림을 빠르게 그리면서 휙휙 움직일 때는 이렇게 흐르듯이 나오는 게 사용감이 더 좋다고 느껴집니다. 선이 끊기지가 않으니까요. 하지만 두어 번 선을 겹쳐 쓰면 종이가 못 버티겠는데요? 지금 저 그림은 스케치북에 그린 건데... 여러 번 선이 겹쳐졌던 부분의 종이가 일어났거든요. 찢어지거나 한 건 아니지만, 보통의 종이라면 이미 뚫렸을 거 같습니다.
프린터 리필 잉크를 만년필에 넣어 쓰면 만년필 망가진다, 굳어서 못쓴다는 소릴 저도 보고 들어서, 망가지는 걸 감수하고 직접 해봤는데, 망가지지 않았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다이소 만년필 계속 잘 쓰고 있어요.
안 쓰고 오래 두면 굳는 건 어느 잉크나 마찬가지인 거 같고요. 저처럼 매일 만년필을 쓰시는 분들은 잉크가 떨어졌을 때 프린터 잉크를 쓰셔도 될 거 같습니다.
물론, 흐르는 느낌이나 퍼지는 느낌이 강해서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지만, 그런 거 상관없이 '잘 나오기만 하면 만족!', '만년필 망가져도 괜찮으니까 한 번 해볼래!' 하시는 분들에겐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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